체벌

대법원은 '교육상 필요가 있고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 깨우침이 불가능해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일부 체벌을 허용했다. 그런데 서울 교육청은 오는 2학기부터 서울 시내 각 급 학교와 유치원에서 체벌을 완전히 금지해버렸다. '오장풍 교사'의 출현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맞으면 장풍(掌風)을 맞은 듯 나가떨어진다"고 해서 '오장풍'이다. 이 교사, 결국 직위 해제됐다.

학교에서 ‘사랑의 매’란 이름의 폭력은 잊지 못한다. 며칠 전 한 신문은 영화와 소설 속 교사 폭력을 소개했다. 영화 '친구'에서 고등학교 선생은 장동건의 뺨을 쥐어 잡고 손목시계까지 풀어놓고 실감나게 때렸다. 유오성에게도 "느그 아버지 뭐 하시나?"라며 뺨을 쥐어뜯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교복을 입은 교련교사가 교실을 휘젓고 다닌다. 이 영화만 보면 학교가 법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야만의 공간인양 비춰진다. 이현이 지은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스캔들'도 교사 폭력을 동영상으로 찍은 학생들 이야기로 유명하다.

교편(敎鞭)이란 말이 있다. 가르칠 ‘교’에, 채찍 ‘편’이다. 체벌과 교육은 병행돼야 한다는 인식이 동양에서는 쉽게 뿌리내렸다. 그러나, 서양, 특히 유럽에서 ‘체벌인가, 사랑의 매인가’의 논란은 꽤 유구하다. 플라톤은 “체벌은 사람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며 옹호한 반면, 루소는 반대한 인물로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체벌 찬반양론을 짚어보자. 우선 찬성론. 한마디로 “교육적 효과가 있다” 이것이다. “학생들은 당장 체벌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고 있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자신을 매질한 교사를 대부분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돼 교육적 효과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학급당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은 우리 교육 여건을 비춰 보면 체벌은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4월 28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실린 기사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주인공인데.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면 강퍅한 학생들을 못 이겨 교사가 떠날 만큼 난장판이던 학교에 교장은 부임한다. 그리고 무질서와 혼동의 학교를 회초리로 다스린다. 이렇게 사랑의 매를 든 지 3년 만에 학교설립 35년 이래 처음으로 주정부 교육당국이 수여하는 상을 3개나 받는 모범학교로 거듭났다고 한다.

반대쪽 주장도 짚어보자. “교사라도 학생의 신체적 자유까지 훼손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진 않다”는 입장이다. 또 체벌 자체가 내포하는 폭력성 때문에 어떤 경우도 교육적 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체벌이 정당화될 경우 목적을 위해서는 잘못된 수단이 동원될 수도 있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런 가운데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자서전 ‘마이웨이’에 나오는 일화가 떠오른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앞두고 경기도 미사리 부근에서 청소년 축구팀이 코치에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당장 쫓아가 코치의 팔을 잡아채고는 “만약 내 앞에서 아이들을 때리면 정식으로 문제 삼겠다”고 경고했다. 히딩크 감독의 지론은 “구타를 하면 창의력이 죽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의 구타 전면금지 조치는 논란을 촉발시켰다. 물론 이런 ‘충돌’ 가능성을 간파한 시교육청도, 교사의 체벌과 폭언 같은 '학생 인권 침해' 문제는 물론, 학생의 폭언이나 대들기 같은 '교권 침해'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총은 반대 기조는 굳건하다. “대안 마련이 없는 상태에서 일률적 제한을 하게 됐을 때 교수권 침해, 대다수 문제없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사랑의 매냐, 폭력이냐, 이걸 구분 짓기 그렇게 힘든 것일까. 체벌이란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통틀어 말한다. 따라서 비단 구타나 회초리만이 아니다. 벌을 세우고 기합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종류야 어떤 것이든 이 전제가 없다면 완력(腕力)의 다름 아니다. 바로 ‘인격 존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장풍 교사의 경우는 ‘학생이 바른 길에 서도록 도와주는 사랑의 훈육’이라기보다, ‘힘없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비열하기 짝이 없는 감정적 학대 그리고 폭력적 체벌’에 가까웠다. 아마 어린 학생들도 이걸 구분할 안목쯤은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조선일보 2010. 7. 19자 "[만물상] 폭력 교사 '오장풍'"
서울신문 2009. 4. 20자 "[씨줄날줄] 회초리/김성호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6. 8. 21자 "[설왕설래] 체벌 논란"
경향신문 2005. 7. 13자 "[여적] 사랑의 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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